"하나만 팔아도 2억" 입소문에 몰리더니…'비명' 쏟아졌다 [방준식의 재+부팅]

입력 2024-05-04 07:00   수정 2024-05-04 09:58


"고시원 시장이 1년 새 과열 양상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매물 하나만 팔아도 권리금까지 합쳐 2억~3억씩 남겼었죠. 권리금은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쟁이 심해지면서 낡은 매물조차 거품이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지역별 편차도 나뉘고 있어요. 회사가 밀집한 △강남3구 △종로 △마포 경기권에선 △성남 △용인 △수원 △안양은 잘되지만, 경기 서북부에서는 곡소리가 나는 상황이죠. 모텔 여관 여인숙 등 대체제를 찾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닫는 추세다. 의·식·주에서 입는 것과 먹는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임대 사업은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전히 관심이 큰 상황이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본력을 갖춘 은퇴자들도 가세하면서 저렴했던 매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부분 쉽게 뛰어들었다가 공실률을 버티지 못해 매물로 내놓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혼란의 시기 속에서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리스크가 크다"며 경고했다. 고시원 컨설팅 전문가 박성민(39)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사단법인 대한고시원협회 부회장 박성민(39) 입니다. 2020년 처음 고시원 시장에 도전했던 시기는 권리금 사기가 빈번했습니다. 권리금이 없는 매물을 3000만원 붙었다고 해서 샀더니 중개인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죠. 이른바 인정작업(순가중개 계약)이 횡행했었죠.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폐쇄적인 시장이었죠. 중개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2022년 사단법인을 만들게 됐습니다. 매물 중개와 정보제공 컨설팅 인테리어와 마케팅을 돕고 있습니다."

Q. 중개도 직접 하시나요.
"별도 수수료 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중개료만 받는데 보통 500만원 수준이죠. 권리금도 다른 부동산 중개업체보다 합리적입니다. 회원이 1000여명이 넘어 매물이 많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매물 회전이 빨라 플랫폼 역할이 가능하죠."

Q. 현금흐름이 좋다는데, 왜 매물이 나올까요.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내놓습니다. 쉽게 도전했다가 생각보다 운영이 힘들거나, 최근 들어 역전세가 심각한 지역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 사업자가 많아 목돈이 필요하거나,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흐름이 막힌 이들도 있죠."

Q. 1년 새 시장이 과열 양상이라고요.
"신(新)소방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고시원 신축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지을 수는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졌죠. 100평(약 330㎡) 기준으로 과거에는 방이 40개를 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20개 정도밖에 신설을 못 합니다. 방 크기도 더 커야 하죠. 신설 비용(보증금·권리금 포함)이 5억~6억원 이상 더 들어가니 수익률이 떨어지죠.

고시원 사업 사이클은 크게 3단계예요. 노후 고시원을 리모델링→인테리어 마케팅→세입자 채운 후에 매각하는 것이죠. 매물 하나만 팔아도 권리금까지 합쳐 2억~3억원이 남는 구조입니다. 권리금은 양도세를 내지 않아 전부 순수익이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경쟁이 더욱 심해졌어요. 수도권의 경우 고시원 매물 6000개를 놓고 돌리는 상황인데, 지금은 낡은 고시원조차 권리금이 너무 올랐어요. 거품이 심각합니다."

Q. 레드오션이 됐군요.
"고시원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아요. 최근 매물들이 슬슬 나오고 있는데, 하루 30개 이상 시장으로 나오고 있죠. 낡은 고시원이 보증금과 권리금 포함해 3억~4억을 받아요."

Q. 최근 트렌드가 바뀌었다고요.
"여인숙, 여관, 모텔들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권리금 없는 매물들이 최근 들어 나오고 있어요. 모텔의 경우 방도 크고 화장실도 갖춘 원룸형이죠. 고시원과 타깃층이 비슷합니다. 대신 월세를 더 받을 수 있죠. 공동 공간이 없어 관리하기도 편하죠."

Q. 현재 모텔 시장은 어떤가요.
"10년 전 야놀자와 같은 숙박 플랫폼이 없었던 시절에는 장사가 잘됐어요. 플랫폼 앱에서는 깨끗한 신축 매물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노후화 된 모텔들은 경쟁이 쉽지 않죠. 플랫폼에서 떼가는 수수료와 상위 노출을 하려면 광고비용을 써야 하는데 그것도 부담이 크죠. 점점 도태되는 매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시원과 똑같은 상황이에요. 작년 중순부터 모텔들 매물이 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권리금이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수익구조는 어떤가요.
"보통 보증금 1억원에 무권리로 모텔을 인수할 경우, 리모델링 비용은 1억원이 듭니다. 최단기간에 매월 100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들어 2억원의 차익을 보고 팔려고 하는 이들이 많죠. 연수익률로 25%~30% 정도로 많은 현금흐름이 나오는 데도 파는 이유는, 재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를 하기 때문입니다. 투자 트렌드도 빨리 변하는 것도 이유입니다."

Q. 임대 수요가 충분한가요.
"모텔은 무조건 역세권 입지를 골라야 합니다. 고시원보다 2배 정도 받으니 매리트가 있어야 하죠. 리모델링 비용은 오히려 고시원보다 적게 들어갑니다. 방 개수가 적은데다, 수리 비용이 적어요. 깨끗한 모텔 기준 평균 4000만원, 여관과 여인숙은 노후 화장실 공사까지 해야해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에어비앤비도 합법이라서 초단기 수요도 이끌 수 있죠."



Q. 망하는 곳은 왜 그럴까요.
"노후 고시원의 경우 가격만 저렴하게 내놓으면 나갑니다. 프리미엄으로 밸류 업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인테리어에 1억원 이상 들였는데도 공실을 못 채워 내놓는 매물입니다. 그만큼 수요가 없다는 얘기인데, 들어간 비용만큼 권리금을 받으려고 하니 팔리지 않는 거죠. 경기도 서북부와 같은 곳이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됐어요. 한 블록 안에 몇십곳이 경쟁을 벌이는 곳도 있죠. 매달 마이너스 500만원씩 이자 비용을 내면서 버티는 곳도 많아요."

Q. 성공 노하우가 필요하겠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마케팅이 8할을 차지합니다. 고시원의 경우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를 통해 고객이 유입됩니다. 매물을 인수하자마자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동시에 블로그 포스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테리어 다 끝내고 시작했다간 늦어요. 인수 후부터 월세와 이자 비용은 계속 빠져나가니까요. 초기부터 홍보 비용을 투자해 블로그 체험단을 부르고 가장 예쁜 방 사진을 구해서 올려야 해요. 사진이 아직 없다면 꼼수로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진을 찾아서라도 홍보해야 합니다. 오픈전에 공실을 채우고 시작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Q. 지금 1호점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월세입니다. 서울 고시원기준 방당 20만원, 서울 모텔 기준 방당 30만원이 넘는 곳은 안 됩니다. 방이 20개면 월세가 400만원입니다. 그 이상 되면 처음 시작하는 초보들에게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런 매물이 사실 엄청 저렴한 곳이라 흔하지는 않습니다. 저라면 차라리 역세권 근처 여관을 찾겠습니다. 대신 인테리어 비용은 더 들죠. 인수금액과 리모델링까지 합하면 최대 2억원가량 소요됩니다. 보통 역세권이면 매달 800만원 현금흐름이 나옵니다. 연 수익률로 해도 50% 정도 되죠."

Q. 지방 상황은 어떤가요.
"울산과 부산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울산은 공업도시라서 남성 수요가 많죠. 그곳에서 여성 전용으로 임대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여성들은 안전성을 가장 중시합니다. 차별화에 성공하면 가격 결정력이 높아져요. 대체 상품이 없기 때문이죠. 지금도 남성만 받는 평범한 곳보다 10만~20만원 더 받고 있습니다. 부산에선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광지다 보니 한 달 살기 키워드로 방 한 개에 매달 100만원씩 받죠. 부산 서면도 상권은 예전 같지 않지만, 임대 시장은 괜찮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시원은 사업성뿐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인테리어 비용을 최대 6000만원 지원해 주는 정책들도 하고 있죠.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이 깔끔해지면 동네가 밝아지고 범죄율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죠. 은퇴를 앞둔 분들이 여러 사업에 도전하잖아요. 그분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찾는 '프로 N잡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책 <나는 회사 밖에서 월급보다 많이 법니다>는 서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생 재부팅에 성공한 이들의 재테크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재+부팅>은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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